대뇌망상

아웃라이어의 반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 아웃라이어 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이들의 논지는 1만 시간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환경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약간 운이 안좋은 사람들은, 1만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이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만 시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주위 친구들의 방해를 받거나, 경제적으로 불우한 상황에 놓이거나, 다른 쪽으로 관심사를 돌리도록 만드는 자극을 적게 마주한 사람들이 결국 전문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의지력은 금세 고갈되는 제한적인 자원이며 정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 숀케 아렌스, 『제텔카스텐』
의지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의지는 나의 특성에 맞지 않는 것을 해 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 최승필, 『절대 실패하지 않는 독서 습관 만들기』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피시방을 가자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 넘어갔던 기억은 다들 한번쯤 있을 것입니다. 내가 나를 통제할 의지력이 부족해서 피시방에 따라갔다고 나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애초에 나에게 피시방을 가자는 친구가 없었다면 피시방에 갈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책 『제텔카스텐(How to Take Smart Notes: One Simple Technique to Boost Writing, Learning and Thinking)』에서 저자 숀케 아렌스(Sönke Ahrens)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의지력이 굉장히 제한된 자원이라고 못을 박아 버립니다. 독서 분야에서 전문가로 여겨지는 최승필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독서 습관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독서를 포함해서 의지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은 애초에 문제가 있다’ 며 ‘자신의 본성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 이기 때문이라 설명하기까지 합니다.

환경주의자에게 의지란

오늘날에는 자제력과 자기단련이 자기 자신보다는  자신이 놓인 환경과 훨씬 더 관련 있으며  이 환경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숀케 아렌스, 『제텔카스텐』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 아래에서 의지력이란 무엇일까요? 환경을 의지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할 수 있었던 내막에는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계속 도전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방면에 훌륭한 통찰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람의 생애 전후에 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천재들이 바로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 와카스 아메드, 『폴리 매스』
왜 그들이 그러한 교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왜 그들이 그런 의례와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연구할 때에는 그들에게 신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와 연결지어 보아야 한다.
- 캔트웰 스미스,  『종교의 의미와 목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본인이 환경은 극복해낼 수 있는 존재임을 피력하며 의지력을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입니다. 15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리적으로 시대적으로 천재들과 매우 가까웠다는 환경 덕을 톡톡이 봤다고 합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일을 해냈다는 관점에서 사람들에게 종종 언급되곤 하는 폴 롭슨, 호제 리잘과 같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역사적인 혁명가가 되도록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그들이 혁명가가 되고자 했던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주위의 열악한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같은 성공한 기업가도 본인이 성공하는 데 매우 크게 기여했던 것은 어린시절 컴플렉스인 동시에 창의성을 맘껏 펼칠 수 있었던 ‘가정환경’ 이었더라고 스스로가 회고하곤 합니다. 종교 연구자 캔트웰 스미스는 심지어 신을 믿는 마음인 ‘신앙’ 조차도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의지와 마음이라는 것이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특정 방향으로 향하도록 만들어진 환경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능동적으로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남들이 의지라고 부르는 무엇인가를 더 많이 끌어 올려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명한 관점

결국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본인 또는 본인의 자식들이 성공하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성공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그것을 이루는 일에 도움이 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의지에 모든 것을 내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가정 환경이었다. 가정 환경이 열악했음에도 행복도가 높은 몇몇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 하버드 대학교에서 75년동안 진행된 성인발달연구

한국에서는 내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내 의지력을 탓하는 사람이 환경을 탓하는 사람보다 건전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환경 핑계를 대는 사람은 나약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정치철학자도 아니고, 교육가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혹은 여러분의 자식들이 그냥 잘 되도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의지가 중요한지 환경이 중요한지를 놓고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우리사회 대다수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내 의지가 중요하다' 라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환경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잘 써먹으면 됩니다. 더 좋은 환경에 있어야, 더 나은 환경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흥미를 돋구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유, 학부모가 학생을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보내려는 이유, 취준생이 더 좋은 문화와 훌륭한 동료들이 회사나 연구실로 가려고 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대학교가 퀴즈, 과제, 시험기간을 만드는 이유도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항상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본과 중국에 몇 달씩 살면서 그 사람들이 어떤 것에 매몰돼 있나 살폈다고 합니다. 제가 최근 '적은 시간을 쏟아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기'를 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을 더 열심히 하도록 저 자신을 견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기 위해 준비하는 친구나 대학교 연구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매일 만난다면 이 일이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까요? 1만 시간이 아니라 1백 시간을 투자하기도 전에 그만두고 한달에 400만원씩 꼬박꼬박 받는 회사원이 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약간의 의지력만으로 제가 무슨 약간의 일을 하도록 만들고, 그 다음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재촉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에 스스로 들어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O를 외치는 세상에서 X를 외치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 블로그는 극단주의적 성향과 지배적인 여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필자의 분석적인 시각으로 학창 시절에 얻으면 좋은 교육 인사이트와 생산성 컨텐츠를 위주로 포스팅합니다. Chat-GPT 등 생성 도구를 이용하여 작성하지 않습니다. 글은 사람에게 유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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